By Chyenne Tatum
K-pop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과소평가된 그룹들을 꼽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보통은 주목받지 못하고, 더 인기 있는 그룹들 못지않은 실력과 음악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팀들이다. 2017년부터 7인조 보이그룹 VAV는 이 대화에 점점 더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간헐적으로 합류해 다른 이들이 미처 접하지 못했던 VAV만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고 즐기게 됐다. 데뷔 초반의 저점부터 예상치 못한 상승세까지, 이것이 바로 VAV가 K-pop 3세대 보이그룹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다크호스 중 하나가 된 과정이다.
2015년 데뷔한 6인조 보이그룹은 당시 새로 설립된 AQ Entertainment 산하에서 데뷔한 첫 아티스트였다. 회사가 막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당시 다른 레이블들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던 만큼, “Under the Moonlight”으로 데뷔하는 VAV를 둘러싼 화제성은 크지 않았다. 멤버는 BaRon, Ace, St. Van, Xiao, Gyeol, Jacob으로 구성됐다.
첫 컴백 “Brotherhood”를 위해 7번째 멤버 Zehan을 합류시킨 뒤에도, 그룹은 여전히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상태였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두 장의 미니앨범과 한 곡의 싱글을 발표했지만, 모두 틈새 팬층 안에서만 무난한 성과를 거뒀다. VAV의 초반 발매곡들은 같은 3세대 동료들에 비해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졌고, 러프한 편곡은 멤버들의 보컬 강점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했다. “Under the Moonlight”은 어둡고 뱀파이어에서 영감을 받은 비주얼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이 콘셉트는 그룹의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2016년 6월부터 2017년 1월 사이, 중국인 멤버였던 Xiao, Zehan, Gyeol 세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이 시기는 회사의 전면적인 개편과도 맞물렸다. 회사는 2017년 A Team Entertainment로 리브랜딩하고, 베테랑 K-pop 프로듀서이자 송라이터인 Ryan S. Jhun을 CEO이자 메인 총괄 프로듀서로 영입했다. 이는 단순한 경영진 교체가 아니었다. K-pop에서 가장 잘 알려진 크리에이티브 인물 중 한 명이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된, A Team이 내린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 Ryan S. Jhun은 수많은 K-pop 히트곡을 프로듀싱했으며, 당시에는 특히 SM 소속 그룹들과의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어 업계 내 신뢰도도 높았다.
이런 회사 차원의 변화와 함께 VAV 역시 큰 전환점을 맞았다. Ayno, Lou, Ziu 세 명의 새 멤버가 추가되며 라인업이 재편된 것이다. 새롭게 구성된 멤버와 새로워진 콘셉트, 그리고 Jhun의 사운드 지도를 바탕으로 그룹은 2017년 2월 밝고 80년대 감성의 트랙 “Venus (Dance With Me)”를 발표했다. 이는 과거 그룹의 어둡고 침잠한 앤섬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바로 이것이 VAV가 새로운 대중을 찾고 사로잡기 위해 필요했던 소프트 리부트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중독성 있는 일렉트로 펑크 댄스 비트,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비주얼, 그리고 탄탄한 보컬 레이어링과 랩 벌스를 갖춘 “Venus (Dance With Me)”는 마침내 VAV를 현대적인 K-pop 보이그룹 흐름에 맞춰 올려놓았고, 그룹의 커리어에 거대한 전환점이 됐다. 한국의 대중 차트나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국제 팬층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2017년 봄과 여름에 “Flower (You)”와 “ABC (Middle of the Night)” 같은 경쾌하고 사랑스럽고 청춘미 넘치는 싱글들을 선보인 뒤, VAV는 그해 가을 “She’s Mine”으로 또 한 번 비주얼과 사운드의 큰 변화를 맞았다. 앞선 세 싱글이 멤버들을 더 친근하고 호감 가는 존재로 느끼게 했다면, “She’s Mine”은 가벼운 순수함에서 세련된 남성미로 패러다임을 바꾸며 그룹의 성숙한 새 챕터를 열었다.
이 곡은 SHINee와 NCT 127의 여러 트랙을 작업한 바 있는 Coach & Sendo가 프로듀싱했으며, 일렉트로닉 기반의 팝 곡에 R&B 댄스 요소를 더해 VAV가 추구한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런 변화는 곡의 안무에서도 드러났다. 인기 한국 댄스크루 1MILLION Dance Studio가 공동 작업한 안무는 이전보다 더 날카롭고 섹시한 퍼포먼스를 끌어냈다.
VAV의 사운드와 이미지가 진화하면서, 그룹은 한국 음악 산업에서 더 폭넓게 이름난 창작자들과도 협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러 유명 프로듀서와 안무가들도 포함됐다. 이렇게 넓어진 협업 네트워크는 그룹의 존재감을 높이고 신보에 더 큰 관심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됐다. 새로운 이미지와 함께 Baron과 Ayno가 특별한 댄스 세션을 위해 1MILLION Dance Studio의 YouTube 채널에 출연한 덕분에, “She’s Mine”은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국제 팬층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또 하나의 커리어 이정표가 됐다. 귀에 꽂히는 중독성 강한 곡과 탄탄한 프로모션 덕분에, 국내에서 이들을 정말로 가로막았던 것은 당시 함께 활동하던 K-pop 대형 그룹들과의 치열한 경쟁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VAV는 2018년 1월, 이 멤버 구성으로는 첫 번째이자 세 번째 미니앨범인 Spotlight를 내놓으며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이 시점부터 그룹은 당분간 더는 통통 튀고 청량한 콘셉트 대신, “She’s Mine”과 비슷한 도시적인 댄스 팝 색채가 살아 있는 보다 현대적이고 시크한 스타일로 방향을 틀었다. 그루비한 신스 루프와 중독성 있는 베이스라인, 매끈한 비주얼 콘셉트를 앞세운 “Spotlight”은 VAV에게 물꼬를 텄고, 발매 당일 뮤직비디오 조회수 250만 회를 기록한 첫 작품이 됐다. 앨범 역시 지금까지의 앨범 중 가장 많이 팔리며 실물 판매량 2,006장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앨범들이 400장을 넘기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이 시점에서 VAV는 K-pop에서 떠오르는 3세대 보이그룹 중 하나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글로벌 팬층을 확장·공고히 하는 동시에 서구 미디어의 관심도 더 많이 확보했다. “Venus (Dance With Me)”로 시작한 소프트 리부트부터 “Spotlight”의 상승세까지, 이 해는 VAV 커리어에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업그레이드된 콘셉트, 곡 완성도, 퍼포먼스로 완전히 리브랜딩했을 뿐 아니라, 그 모든 노력이 정말 가치 있었음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Spotlight”가 데뷔하기 불과 몇 주 전, 그룹은 브라질에서 첫 “Meet & Live” 투어와 팬미팅을 이미 시작한 상태였다.
이어서 VAV의 존재감과 관심도 상승세는, 덜 알려진 K-pop 그룹을 국제 팬들에게 소개하는 데 특화된 다른 서구 제작사들의 관심까지 끌어냈다. 3월에는 유럽 투어를 이어갔고, 8월에는 마침내 미국 일정까지 진행했다. 투어는 세 지역 모두에서 성공적이었으며, 브라질 일정은 전석 매진이었고 미국 공연들도 대부분 만석에 가까운 관객을 기록했다고 전해졌다. 2018년이 서구 팬들이 VAV를 직접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시험하는 해였다면, 이들은 모든 관문을 통과한 셈이었다. VAV가 본격적으로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왜 국내에서의 존재감은 해외만큼 크지 않았을까? 전반적으로 한국 팬들은 서구 팬층과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 다른 취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VAV가 대중의 레이더에 들어오고 그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에서도 콘서트, 팬사인회, 팬미팅 등을 열며 어느 정도의 대중적 성공을 거뒀지만, 해외에서 보여준 열기와 수요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이 논점은 다섯 번째 디지털 싱글 “Senorita”를 발표한 뒤 더욱 분명해졌다. 이 로맨틱한 라틴 팝 트랙은 2018년 K-pop이 라틴 음악 장르에 매료되던 흐름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발매 후 2주 만에 공식 뮤직비디오는 YouTube 조회수 1,200만 회를 돌파하며, 그들의 MV 중 가장 많이 본 영상이자 커리어상 가장 성공한 곡이 됐다. VAV는 이미 라틴권 청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Senorita”가 새로 유입된 스페인어권 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2019년에도 그룹은 투어를 이어 갔고, 인도와 일본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크고 충성도 높은 팬층이 된 것은 라틴 아메리카 시장이었다.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멕시코 등지로 일정이 더 확대됐고, 푸에르토리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De La Ghetto와 Play-N-Skillz와 함께한 Spanglish 협업곡 “Give Me More (Un Poco Mas)”도 선보였다.
같은 해 발표한 후속 앨범 — Thrilla Killa와 Poison — 은 당시 VAV의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이 됐고, 각각 6,000장 이상을 팔았다. 당시의 대형 그룹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였지만, 덜 알려진 그룹으로서는 인상적인 성과였다.
하지만 청취자들에게 와닿은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팬 서비스 역시 한몫했다. 2019년 “Meet & Live Tour” 도중 VAV는 멤버들이 다른 K-pop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으로 팬들과 의도적으로 교감하는 영상들로 바이럴을 탔다. 보이그룹이 상의를 벗고 복근을 보여주거나, 가끔 윙크와 미소를 날리는 정도는 흔한 일이지만, VAV는 ‘팬 서비스’의 의미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룹이 팬들을 무대 위로 초대했을 때, 그 플러팅 가득한 순간들은 팬을 들어 올려 빙글 도는 장면, 백허그, 연출된 프러포즈, 카베동(상대를 벽에 밀어붙이는 일본식 표현), 심지어 멤버들이 바디 롤을 하는 동안 팬들이 복근을 만질 수 있게 하는 것까지 포함했다.
대부분의 한국 보이그룹은 팬 서비스에 좀 더 절제된 편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보여준 VAV의 방식은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곧바로 온라인을 타고 퍼지며 다른 팬덤의 K-pop 팬들까지 VAV에 입덕하게 만들었다. 이는 국제 투어 동안 VAV가 얼마나 자유롭고 거리낌 없이 행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서구식 사회적 반응과 팬들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해 적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퍼포먼스뿐 아니라, 멤버들이 얼마나 다정하고 세심했는지 역시 팬들은 언급했다. 일방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상호적인 애정 표현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직전인 2020년 2월 세 번째 미국 투어를 마친 뒤, 그룹은 그해 가을 여섯 번째 EP Made For Two를 발표했다. 동명 타이틀곡은 “Senorita”와 “Give Me More”만큼의 화제를 얻지는 못했지만(두 곡은 여전히 VAV의 가장 성공한 싱글로 남아 있다), 앨범 자체는 11,700장 이상 판매되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BaRon이 앨범 발매 불과 몇 주 전 입대하면서, 6인조 체제로 활동한 첫 컴백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보이그룹처럼, 군 입대가 시작되면 음악 활동은 줄어들거나 아예 멈추는 경우가 많다. 이후 3년 동안 VAV는 나머지 여섯 멤버의 입대가 이어지며 활동을 멈췄고, 2023년이 되어서야 일곱 번째 EP Subconscious로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왔다. 다만 이 컴백은 씁쓸함도 동반했다. 그해 초 BaRon이 개인적인 이유로 VAV와 A Team을 떠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룹은 활동을 이어 갔고, Subconscious는 여전히 홍보상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앨범 판매량은 처음으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며 9,800장을 기록했다.
이는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K-pop 업계에서 3년이라는 공백은 산업의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매우 긴 시간이다. 그동안 음악 트렌드도 바뀌고, 수십 팀의 신인 그룹이 등장했으며, 팬들도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으로 옮겨 갔을 수 있다. VAV가 비어 있던 자리에는 다른 보이그룹들이 들어와 국내든, 해외든, 혹은 양쪽 모두에서 K-pop 스타의 순위를 올라가고 있었다. 더 주목할 점은, 6년간 함께해 온 CEO이자 수석 프로듀서였던 Ryan S. Jhun이 2022년 자신의 회사 Superbell Company로 옮겼다는 사실이다. 많은 팬들은 그의 A Team 이탈이 이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추측했다. 그럼에도 핵심 팬덤은 여전히 충분히 견고했고, 2024년 1월 10개 도시를 도는 네 번째 미국 투어를 성사시킬 수 있을 만큼의 힘을 보여줬다. 반응 역시 뜨거웠다.
그러나 투어가 끝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VAMPZ(팬덤명)에게는 VAV의 향후 상태와 관련해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멤버들과의 충분한 논의 끝에 A Team은 양측이 전속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그룹은 사실상 무기한 활동 중단 혹은 비공식 해체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후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Ziu는 연극계로 향했고, Ace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솔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Jacob은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에 있는 고향에서 훠궈 식당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모두 언젠가 다시 뭉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7년을 함께했고, 전체로는 9년의 시간을 지나온 VAV는 많은 과소평가된 그룹이 좀처럼 얻지 못하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구원의 기회였다. 짧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순간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이어졌고, 그룹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 아이돌 커리어의 흐름은 톤의 변화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보다 더 강조할 수는 없다. VAV의 한층 정제되고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는 그룹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았다면 묻혔을 멤버들의 강점과 퍼포먼스를 끌어냈다. 결국 대중적인 국민 그룹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과소평가된 K-pop 보이그룹들 중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팀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