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yenne Tatum
뮤직비디오가 K-pop 풍경에서 음악만큼이나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뮤직비디오는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 안무, 콘셉트, 그리고 예술적 방향성을 스토리텔링과 혁신적인 시각 효과, 기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K-pop 뮤직비디오 제작 방식은 세월이 흐르며 변화해 왔지만, 많은 작품들이 시간을 견뎌내며 한 세대의 아이돌과 크리에이터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경계를 넓히려는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다음은 K-pop MV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들과, 그것들이 업계의 작동 방식과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영상으로 BTS와 BLACKPINK의 뮤직비디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우리는 K-pop의 초기 시대로, 특히 2세대로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9년, 9인조 그룹 Girls’ Generation은 SM Entertainment를 통해 최신 싱글 “Gee”를 발표했다. 중독성 강한 후렴과 에너지 넘치는 코러스가 돋보이는 이 버블검/electro-pop 곡은 큰 히트를 기록하며 K-pop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평단의 호평을 받은 노래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적인 필수 감상작이 됐고, 당시 K-pop 영상의 표준이었던 다채롭고 ‘타이트한 프레이밍’의 박스 세트 스튜디오 안무 영상을 대중화했다. 이 스타일은 3세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이어졌다. 더불어 “Gee”는 K-pop 걸그룹의 cute concept과 밀접하게 연결된 버블검 팝의 미학과 장난기 넘치는 비주얼 스타일을 널리 알리는 데도 기여했다. 여기에 SM 식구인 SHINee의 Minho가 매장 직원이자 SNSD의 짝사랑 상대 역할로 등장하는 재미있는 크로스오버까지 더해졌다. 현재 이 영상은 3억 6,3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YouTube에서 가장 많이 본 K-pop 뮤직비디오 톱 100 중 84위에 올라 있다. Girls’ Generation의 영향력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며, “Gee”는 어린 아이돌들이 가장 많이 커버하는 K-pop 곡 중 하나로 꼽힌다.
다음은 2011년, K-pop의 전설 2NE1과 이들의 대표곡 “I AM THE BEST”다. 2009년 YG Entertainment에서 데뷔한 4인조 걸그룹(CL, Minzy, Dara, Bom)은 이미 전통적인 아이돌 걸그룹과는 정반대의 존재였다. 다른 팀들이 순수함을 강조한 풍성한 과잉 여성성이나, 유혹에 초점을 맞춘 보다 노골적인 이미지를 내세울 때, 2NE1은 날카로운 스타일로 틀을 깨며 K-pop에서 여성의 힘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girl crush’ 콘셉트이며, 여성의 강인함과 카리스마를 가장 잘 대표하는 곡이 바로 2NE1의 대표곡 “I AM THE BEST”다.
엣지 있고, 대안적이며, 미래적인 의상과 그룹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결합된 이 뮤직비디오는 여성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크고 대담한 선언문 같은 작품이다. 거칠고, 과감하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날것의 매력이 살아 있어, 결과적으로 이 영상과 2NE1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girl crush 콘셉트의 선구자가 됐다. 이 곡은 서구의 음악·패션 매체가 K-pop에 주목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곡 중 하나로도 평가받는다. YouTube 조회수는 4억 3,800만 회를 넘었고, K-pop 뮤직비디오 조회수 순위 톱 100에서 65위를 차지하며 한국 음악 산업 속 여성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유산을 남겼다.
하지만 한류가 기술적으로는 90년대부터 시작됐더라도, K-pop이 서구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다. 그 첫 사례는 2006년 YG에서 데뷔한 BIGBANG이 꼽힌다. 이들이 커리어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곡이 될 “FANTASTIC BABY”를 2012년 2월 발표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뮤직비디오 역시 큰 호평을 받았다. 2NE1과 이후 YG 소속 그룹들처럼, BIGBANG의 “Fantastic Baby” 역시 체제에 반기를 들고 전통적인 이상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시각적으로도 이 영상은 비순응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혁명적인 이미지와 스팀펑크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 세트 소품, 그리고 대부분의 보이그룹이 BIGBANG만큼 깊게 도전하지 않았던 과감하고 기괴한 헤어와 메이크업이 인상적이다.
“Fantastic Baby”는 BIGBANG이 더 넓은 국제 관객층에 도달하는 데도 도움을 주며, K-pop과 그룹 자체, 특히 G-Dragon에 대한 서구의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후 미국 아티스트 Missy Elliott, Diplo와의 협업은 이들의 확장된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다. 이 뮤직비디오는 이후 조회수 6억 7,600만 회를 돌파해 K-pop 영상 조회수 순위 36위에 올랐고, 장르의 글로벌 확장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남아 있다.
2012년, PSY의 “Gangnam Style”은 지금까지도 K-pop이 거둔 가장 세계적으로 성공한 히트곡이자, 장르 최초의 대형 바이럴 돌파구가 됐다. YG Entertainment를 통해 7월 발표된 이 곡은 빠르게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며 K-pop의 기존 팬층을 훨씬 넘어서는 대중에게까지 도달했다. 뮤직비디오는 이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가 서울의 부유한 강남구와 연관된 라이프스타일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세련됨과 지위, 사회적 특권에 대한 강남의 이미지를 비꼰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강남 출신인 사람들은 자신이 강남 출신이라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런 허세를 부리고 ‘Gangnam Style’이라고 말하는 건 오직 poser나 wannabe들뿐이다. 그러니 이 노래는 사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 애쓰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특정 문화 유형을 한국인 관객에게 유쾌하게 풍자하려던 의도는 곧 전 세계적 현상으로 번졌고, 뮤직비디오는 남녀노소, 국적, 인종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쓴 것은 “Gangnam Style”의 엉뚱한 안무였다. 사람들은 직접 영상을 올리며 이제는 전설이 된 ‘말춤’과 ‘사이드 갤럽’ 동작을 따라 하려 했다. K-pop에서 이는 포인트 안무의 대표적인 사례다. 포인트 안무란 노래의 핵심 훅에 맞춰 쉽고 반복적으로 구성된 동작이나 제스처로, 대중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든 안무를 뜻한다.
이 영상은 결국 K-pop과 YouTube 역사에 모두 기록될 만한 성과를 남겼다. Carly Rae Jepsen의 “Call Me Maybe”, Justin Bieber의 “Baby”, 그리고 한국 아티스트인 SNSD의 “Gee” 같은 서구의 바이럴 영상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2012년 12월, “Gangnam Style”은 최초로 10억 조회수를 돌파한 K-pop 뮤직비디오가 됐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60억 회가 넘는 조회수로 가장 많이 본 K-pop 영상 기록을 지키고 있다. 또한 모든 장르를 통틀어 다섯 번째로 많이 본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Gangnam Style”만큼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지닌 K-pop 뮤직비디오는 많지 않지만, 다른 작품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장르에 흔적을 남겼다. 2013년 EXO는 K-pop을 대표하는 그룹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였고, “Growl”은 그 상승세를 결정짓는 순간이 됐다. 이 곡은 한국에서 돌파구가 된 히트곡으로 그룹의 높아지는 인기를 굳혔고, 뮤직비디오는 뚜렷한 시각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텅 비고 희미하게 조명된 창고를 배경으로 한 이 영상은 화려한 세트나 시각 효과로 관객을 압도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이 공간을 활용해 EXO의 안무와 팀워크를 전면에 내세운다. 댄스팝, R&B, 펑크의 영향을 받은 트랙에 맞춰 퍼포먼스는 멤버들의 유려한 움직임과 화면 장악력을 강조한다. 이 영상의 핵심은 흔히 ‘원샷’ 스타일로 불리는 연속 촬영 방식으로, 전통적인 컷 편집 없이 안무를 따라간다는 점이다. K-pop 뮤직비디오가 퍼포먼스 장면, 클로즈업, 서사 장면을 자주 번갈아 보여주던 시기에 “Growl”은 그룹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했다. 이 연속 촬영 형식을 대표하는 사례가 됐지만, 이 기법을 사용한 최초의 K-pop 영상은 아니었다.
12명 전원이 교복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의상을 입은 채, 이들은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춤추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카메라를 하나의 인물처럼 대하며 상호작용한다. Suho와 Sehun이 카메라를 팀의 다른 절반 쪽으로 툭 치는 듯한 연출 같은 창의적인 전환을 통해, 영상은 주요 스타들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가며 멤버들 사이에서 모자가 장난스럽게 전달되는 순간 같은 하이라이트를 포착한다. 하지만 ‘원테이크’인 만큼 멤버들은 늘 완벽해야 했다. 한 번만 실수해도 그룹 전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종본에는 작은 실수가 하나 남았고, 그것이 오히려 팬들이 사랑하는 순간이자 이스터 에그가 됐다. 바로 Kai가 브릿지에서 모자를 떨어뜨린 뒤 박자 하나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시 주워 드는 장면이다. 조회수 3억 5,100만 회를 기록한 “Growl”은 지금도 EXO의 가장 뛰어나고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후로도 수많은 K-pop 뮤직비디오가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며 업계에 흔적을 남겼다. 예를 들어 BTS의 2016년작 “Blood Sweat & Tears”는 예술적 연출, 미술사적 레퍼런스, 겹겹이 쌓인 서사적 상징을 그룹의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큰 찬사를 받았다. BLACKPINK의 2018년 “DDU-DU DDU-DU”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세트, 강렬한 패션, 대규모 예산의 프로덕션을 통해 그룹의 시각적 야망을 한층 더 보여주며, 이들을 글로벌 팝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보다 최근에는 BLACKPINK 멤버 Rosé가 2024년 Bruno Mars와 협업한 “APT.”가 YouTube 역사상 가장 빠르게 10억 조회수를 달성한 뮤직비디오 5위에 올랐고, 2025년 1월 그 기록을 달성했다. 빠른 성공은 이 곡을 글로벌 팝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만들었고, K-pop 아티스트가 서구 뮤지션과 협업해 크로스오버 히트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레이블과 그룹들이 뮤직비디오 제작에서 점점 더 대담해질수록, 그 안에서 실험하고 놀 수 있는 공간도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중 어떤 작품은 이전 세대의 히트작들처럼 오랫동안 살아남는 결과로 이어진다.